힙합리더십

래퍼가 부자되는 비결

주드

2022.06.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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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자면 나는 의욕 없는 팀원이었다. 의욕이 없으니 회사에 가기도 싫었다. 여느 직장인처럼 나도 일요일이 싫었다. 특히 일요일 밤에는 방의 불을 끄기 두려웠다. 잠들었다 깨면 출근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일도 재미없었고 회사 특유의 조직문화가 싫었다. 9시까지 출근인 회사에서 매번 9시에 간당간당하게 도착했던 이유다. 이런 내가 일도 열심히 했을 리 없다. 주어진 일만 하려고 했고 새로운 일은 벌이지 않았다. 내 눈동자 색깔은 동태와 똑같다고 해도 부정할 수 없었다. 

 

게토 같은 회사에서 의욕은 없었지만 염치는 있었다. 인사고과 시즌이 두려웠다. 회사는 성과를 내야 하는 곳이었지만 나는 성과를 내지 않았다. 그래서 팀장님과의 면담 시간에도 당당하지 못했다. 10년 차 직장인으로 여러 팀장님과 면담을 겪었는데 그중 한 팀장님은 내게 "하면 잘할 것 같은데 노력을 안 한다"라고 말씀하셨다. 스스로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말이었다.

 

더 절망적인 것은 내가 회사의 리더십 교육 담당자였다는 점이다. 업무 대부분이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도록 마음에 불을 지피는 일이다. 일 자체에 대한 의미를 찾게 하거나, 일이 본인의 커리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자각하게 하는 식이었다. 나 자체도 동태눈깔인데 도대체 어떻게 이걸 할 수 있을까. 매일이 고통스러웠다. 머리를 쥐어뜯을 뿐이었다. 아무리 일류 강사를 데려와도, 오은영 선생님이 오신다고 해도 불가능할 것 같았다.

 

그러던 내가 지금은 퇴근 이후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살고 있다. 각종 학원에 다녔다. 랩, 드럼, 글쓰기, 영어 과외, 요가, 필라테스, PT 등을 했다. 일주일에 하나씩 글을 쓰니 3년 동안 100개 이상의 글을 썼고 책까지 쓰고 있다. 여러 경험을 하고 경험을 책으로 써서 회사에서 벗어나기를 도모한다. 이런 여러 가지 활동을 하는 것을 '동사'로 표현할 때 나는 '허쓸(hustle)'한다고 말한다. 직역하면 ‘분투’다. 이런 나 자신을 지칭할 때 '명사'로는 '허슬러(hustler)'라고 한다. 주변 사람들도 나를 '허슬러'로 부른다. 무기력한 내가 삶을 위해 분투하는 사람으로 탈바꿈하게 된 것은 힙합을 만났기 때문이다. 힙합은 당신은 게토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하며, 그 방법은 허쓸이라고 말했다.  

 

호미들 인터뷰: 새로운 세대의 시작을 선포하다 | HYPEBEAST.KR | 하입비스트 

최근 힙합씬의 떠오르는 신예 호미들도 나와 같은 과정을 거쳤다. 호미들은 2000년생 3명으로 이루어진 남자 힙합 그룹이다. 이들은 2020년 한국힙합어워즈에서 신인상을 받았고 국내 대표 힙합 레이블 중 하나인 '영앤리치'에 소속돼 있다. 호미들의 대표곡 '사이렌'은 2020년 5월에 발매됐다. 그리고 2021년 6월 현재 멜론 차트 국내 종합 19위, 랩/힙합차트에서 1위를 아직까지 지키고 있다. 50위 안에 이들의 노래는 5곡이나 있으며 급식들(급식을 먹는 학생들)의 숨구멍인 코인 노래방 인기차트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호미들'이라는 가수를 처음 들어본 분도 많을 것 같다. 이들은 지상파 방송에 얼굴을 한 번도 비추지 않았다. 오로지 유튜브 등 SNS 입소문으로 힙합씬과 멜론 차트를 장악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순수하게 그들의 팬층인 1020의 지지로 이를 이루어냈음을 뜻한다. 많은 1020이 이들에 열광하는 이유중 하나는 이들이 스스로 '게토 키즈'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대표곡 '사이렌'의 가사에서 이를 느낄 수 있다. 노래의 가사는 굉장히 직설적이다. 가난한 동네, 돈이 없는 고통을 날것의 언어로 뱉는다. 이는 생생하고 진실하며 절실하다.

 

<사이렌> - 호미들

울려댔어 사이렌

텅 빈 길거리엔

도망치다 흘린 칼자루와 피가 흥건해

(중략)

그래 우린 살아 나왔어 지옥

이제 어딜 가든 다 비옥

수도 없이 맛본 치욕

어릴 때부터 입에 붙은 쌍욕

절대 할 수 없었지 신고

할 수 있는 게 오직 기도

어떻게 느끼겠어 피곤

붉게 물들지 않으려 내 흰옷

아무 방법이 없어 no way

돈만 준다면 해 노예

(중략)

일을 해도 don't payback

가난한 게 make me 죄인

닥쳐 you know ma pain

편히자 now we safe

현재 호미들은 이 음악의 성공으로 게토를 벗어나는 중이다. 으레 성공한 래퍼들이 그렇듯 호미들도 루이비통 벨트와 가방을, 5만 원권 현금 다발을 SNS에 올리고 있다. 이런 행동들은 새롭지는 않다. 호미들 이전에 더콰이엇, 도끼 같은 다수의 래퍼들이 이런 행동을 선보였다. 그리고 그 이전에는 뼈를 깎는 허쓸이 있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작업물을 냈다. 호미들은 이들을 롤모델 삼아 열심히 노력하면(hustle) 게토에서 탈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마음을 품을 수 있었다. 실제로 호미들은 더콰이엇이나 도끼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라 말했다. 

 

사이렌 가사나 뮤직비디오의 배경은 영등포 산동네다. 이곳은 이들의 작업실이었다. 산동네에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유일한 희망은 힙합이었다. 힙합을 모르는 사람들이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는 희망을 찾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힙합을 알았던 호미들은 돈을 보고 음악을 시작했고, 열심히 했고 결국 돈을 쥐었다. 힙합은 당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 열심히 쌔빠지게 노력하면 분명히 플렉스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힙합에서는 이런 호미들의 케이스처럼 게토 키즈가 가난을 딛고 부를 이루어 내는 자수성가 스토리가 신데렐라 스토리만큼 고전적이다. 그만큼 힙합으로 인해 삶이 바뀐 래퍼들이 많다. 힙합 문화와 음악 자체가 동기부여적 요소로 가득하다. 에너지 그 자체이며 도전정신, 희망이 가득한 음악이다. 나 또한 힙합을 들으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해보고 싶어서 뭔가를 생산하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 10년간 리더십 담당했던 내가 놀랐던 지점이다.

 

이 바닥의 올드스쿨 희망편? 절망편? - 힙합플레이야 

 

호미들은 다른 음악이 아닌 힙합에 빠진 이유를 힙합이 희망을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네가 열심히 노력하면 할수록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하며, 무엇을 만들어 내든 그것은 네 고유한 것이어야 하고, 결과는 네 것이라고 말한다. 성공한 선배들은 값비싼 보석, 명품, 집을 정확하게 눈앞에 보여주며 성공하면 우리처럼 된다고 동기부여한다. 힙합은 허쓸을 부른다.

 

회사는 반대를 말한다. 네가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내도 그것은 회사를 위한 것이며 너의 지적재산물은 회사의 재산이 된다고 말한다. 아무리 열심히 일 해도 그저 월급쟁이고 성과급은 임원팀장보다 적게 받을 것이라고 말한다. 임원팀장의 성과급은 얼마인지, 기준은 무엇인지 알려주지 않는다. 열심히 버티고 성장하면 팀장을 시켜주지만 그 자리는 회사와 임원이 하는 말에 꼼짝없이 순종해야 하는 자리라는 것을 보여준다. 왜 회사는 힙합처럼 말해주지 않는가? 회사는 퇴사를 부른다.


물론 힙합은 그것을 보는 시각에 따라 누군가에겐 부정적으로, 누군가에겐 긍정적으로 보일 수있다. 너무 솔직하고 자유스러운 것에 반감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부정적인 면보다 긍정적인 면을 활용했을 때 큰 발전을 이룰 수 있다. 나는 분명히 힙합에서 좋은 에너지를 받았다. 이렇게 글을 써 훗날을 도모하게 된 것은 힙합 덕분이다. 나아가 죽은듯 살던 내가 힙합에서 받은 생기를, 에너지를 다른 이들에게 전달하고 싶다. 게토 같은 회사에서 돈을 위해 젊음과 자유와 생기를 반납할 것인가? 아니면 힙합에서 얻은 에너지로 다시 살아나갈 것인가?

 

나는 힙합처럼 살아서 플렉스하는 결말을 맺고 싶다. 회사는 힙합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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