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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은 것만 보는 리더?! 확증편향에 빠지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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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프로젝트... 좀 아닌 것 같은데, 시장 조사를 좀 더 해야 하지 않을까? 

🤷🏻‍♂️ 예상되는 문제점을 뽑아 보고드렸는데, 팀장님은 긍정적인 측면에만 집중하시더라고요^^; 

🤦🏻‍♀️ 휴... 과장님이 얘기 좀 해 보세요.

🤐 에이... 됐어, 이미 답은 정해진 것 같은데 뭐... 괜히 말 꺼냈다가 무슨 말을 들으려고...

 

 

걱정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사이, 회의실로 팀장이 들어옵니다. "무슨 문제 있어?"라고 묻지만 팀원들은 입을 다무네요. 팀장은 "이번 프로젝트 잘 될 것 같지 않아? 힘들겠지만 다들 열심히 해보자!”라며 파이팅을 외칩니다. 팀장이 꿈꾸는 무지갯빛 미래와 대비되는 팀원들의 깊은 한숨. 어떡해야 할까요?

 


 

 

심리학에서는 이 상황을 ‘확증편향’으로 설명합니다. 확증편향이란 자신의 신념을 뒷받침하는 근거만 수용하고, 그렇지 않은 정보는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걸 말합니다. 특히 성공 경험이나 관련 지식이 많은 리더일수록 이런 함정에 많이 빠집니다. 확증편향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뭘 해야 할까요?

 

 

 

‘딴지 왕’을 곁에 둬라!

세종 때 왕 옆에서 매일 반대만 하는 신하가 있었습니다. 실록에 따르면 이 신하는 반대하는 것도 모자라 왕을 노려보거나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나가기까지도 했다네요. 하지만 세종은 그 신하를 대사헌 자리, 요즘으로 치면 차관급 자리까지 올려주고 늘 곁에 두었다고 합니다. 그 신하의 이름은 바로 '고약해(高若海)'로, 훗날 '고약하다'라는 말의 유래가 되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세종이 딴지 왕 고약해를 굳이 옆에, 그것도 높은 직책에 두어 가까이한 이유입니다. 그것은 아마 신하들의 직언을 듣는 게 중요하다고 믿어서이지 않을까요? 매일 반대만 하는 고약해가 정말 고약하게 느껴졌겠지만, 그 덕분에 다른 신하들도 자유롭게 반대 의견을 낼 수 있었을 테니 말이죠.

 

조직의 리더에게도 이런 자세가 필요합니다.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리더일수록, 자신과 다른 의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점점 확증편향이 강화되어 자기만의 세계에 빠지게 되죠.

 

 

 

 

구성원들의 입을 열게 하려면 

확증편향에 빠지지 않겠다고 다짐한 리더! 팀원에게 "잘못된 게 있을까?" "뭘 바꾸면 될까?" 회의 때마다 묻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팀원들은 답이 없습니다. '괜히 얘기했다가 독박 쓰면 어쩌지?' '팀장님 기분 상할 것 같은데...'라는 생각에 입을 다물게 되죠.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리더는 속으로 결론짓습니다. '역시... 이론은 현실과 달라!'

 

리더의 마음과는 달리 입을 떼지 않는 팀원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때 필요한 것은 룰(Rule)입니다. 리더의 확증편향이 가장 잘 드러나는 ‘회의’ 때를 예로 들어 보죠. 회의 룰에 '직급과 위계질서는 모두 넣어둬라'라는 게 있다면 어떨까요? 상사의 말은 무조건 따르고 순응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동등한 위치에서 의견을 교환하는 회의를 하는 거죠. 

 

또는 '무조건 솔직하게 이야기한다'라는 룰이 있다면? A라는 아이디어가 분명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는 'A도 괜찮기는 한데...' 하고 말을 흐릴 게 아니라, 아니면 아니라고 분명하게 말하자는 거죠. 이런 룰이 있다면, 리더가 ‘뭐든 말해봐’라는 말 만으로는 줄 수 없는 편안함을 갖고 구성원들도 하나 둘 의견을 꺼낼 수 있지 않을까요?

 

사실 이건 제가 그냥 지어낸 규칙들이 아닙니다. 바로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회사 픽사(Pixar)에서 '브레인 트러스트(Brain Trust)'를 할 때 따르는 룰입니다. 브레인 트러스트는 모든 제작 관계자들이 모여 작품에 대해 피드백하는 시간인데요, 이때 직급과 위계질서 없이 모두 솔직하게 피드백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이런 규칙을 통해 다양한 의견이 자유롭게 오가도록 하고, 그 덕분에 ​어느 한 사람의 편향된 사고가 작품에 드러나지 않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제도적으로 다양한 의견을 듣는 것이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든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죠. 이런 제도 덕분인지 몰라도, 픽사는 <토이 스토리>, <니모를 찾아서>, <인사이드 아웃> 등 수많은 흥행작을 만들어 냈습니다.

 

 

'말이 쉽지, 저게 가능할까' 싶으신가요? 저건 픽사니까 가능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나요? 핵심은 하나입니다. 리더 스스로 ‘내가 아는 게 전부가 아니다’라는 생각이 있다면, 불안해서라도 ‘딴지 왕’이 없나 주변을 찾게 됩니다. 어떤 룰을 만들어 자유롭게 의견을 내게 할까를 고민하게 됩니다. 리더가 스스로에 대해 객관적으로 생각하는 것, 그게 변화의 시작입니다. 

 

글쓴이: HSG 휴먼솔루션그룹 유희지 전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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