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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소 멘탈이 탈탈 털리면서 배운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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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완벽한 계획이 있다

링 위에서 얻어터지기 전까지는

“Everybody has a plan until he gets punched in the face”

마이크 타이슨

 

그해 여름은, 숨이 턱 막히는 순간의 집합이었다.

22년 6월~7월의 이야기를 드라마로 만들고 첫 장면의 첫 대사를 적으라고 한다면 ‘그해 여름은, 숨이 턱 막히는 순간의 집합이었다’라고 적겠습니다. 습하고 더워서 숨이 턱 막혔던 걸까요? 그러면 너무 예측하기 쉽습니다. 드라마의 기대 요소가 사라집니다. 

 

한 밤에도 에어컨을 틀고 잤지만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숨이 턱턱 막혀 옵니다. 간밤에 잠을 잘 잔 거 같은데도 말이죠. 이를 닦고 심호흡을 크게 하더라도 턱턱 막히는 순간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습니다. 22년 여름은 왜 그랬을까요? 글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22년 여름은 제 생애 가장 멘탈이 많이 털린 순간이었습니다. 지금부터 그해 여름은, 쿠크다스 급으로 멘탈이 바사삭 무너지며 배운 것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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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 멘탈 관리법을 글로 썼지만 실전을 달랐습니다.

인간은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합니다. 무슨 말이냐면 <*티타늄보다 강한 멘탈을 갖고 싶다면?! 주목하세요> 제목의 글을 썼을 때가 5월 1일입니다. 불과 한 달 뒤에 티타늄보다 강한 멘탈은커녕 유리 멘탈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를 발견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당시 글에서 티타늄보다 강한 멘탈을 갖기 위한 방법으로 3가지를 정리했습니다. 첫 번째 글쓰기, 두 번째 체력 키우기, 마지막 세 번째 솔직한 공유입니다. 

 

매일 30분씩 글쓰기를 하면서 내면의 생각, 감정을 정리하면 도움이 된다고 했고, 정신을 지키기 위해서 체력을 키워야 한다고 했고, 어려움이 생기면 혼자 고민하지 말고 주위 동료와 친구들에게 솔직하게 공유하라고 했습니다. 근데 단 하나도 지키지 못했습니다. 머리로 알았고, 작게라도 경험을 했다지만 정작 큰 파도가 덮치지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30분 글쓰기는커녕 키보드 누를 힘도 없었습니다. 30분 러닝은 꿈도 꾸지 못하고 소파에 앉아서 시간 보내기 바빴습니다. 주위에 얘기하지 않고, 혼자서 끙끙 앓고 있었습니다. 

 

복싱 선수 마이크 타이슨의 말이 뼈를 때립니다. ‘누구나 완벽한 계획이 있다. 링 위에서 얻어터지기 전까지는’ 제 상황에 맞춰 바꿔보겠습니다. ‘누구나 강철 멘탈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세상에서 얻어터지기 전까지는’ 권투 선수가 링 위에서 얻어터지더라도 배우는 게 있을 겁니다. 예를 들면 가드를 더 올리지 못했다거나, 초반에 체력을 과하게 사용했다거나 본인이 실수한 부분을 찾고 개선할 방향성을 발견했다거나 결국 더 나아지기 위한 훈련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전 멘탈이 와장창 무너지고 얻어터지면서 뭘 배웠을까요? 

*(글 전체보기 클릭)

 

 

 

현재에 집중해야 하는 걸 배웠습니다.

멘탈이 무너지며 첫 번째로 배운 것은 현재에 집중해야 한다는 겁니다. 멘탈이 무너지기 이유는 제각각 다를 겁니다. 제 멘탈이 무너지기 시작한 결정적 이유는 현재가 아닌 과거나 미래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 악순환에 빠져들면 걷잡을 수 없이 생각이 확장됩니다. 걱정과 불안을 스스로 만들어내기 시작합니다. 먼저 과거로 돌아갔습니다. 모든 문제 발생 원인이 ‘나’라고 생각했고 자책을 시작했습니다. ‘그때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더라면’ 생각하는 겁니다. 다음으로 미래를 걱정했습니다. 발생하지도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고 두려워했죠. ‘혹시 이런 일이 벌어지면 어떡하지’, ‘내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는 있을까?’ 생각합니다.

 

같은 어려움을 겪은 동료 중 멘탈을 잘 지키고 있던 사람을 관찰했습니다. 그는 현재에 집중했습니다. 이미 발생한 일에 과도한 에너지를 쏟지 않았습니다. 발생하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지는 않되, 벌어질 수 있는 일에 대해선 준비했습니다. 발생한 문제에 집중했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을 탓하지도 않았고, 과도하게 걱정을 하지도 않았습니다. 

 

우리는 경기에 참여한 운동 선수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크게 지고 있더라도 현재 진행 중인 경기에 집중해야 합니다. 경기 중에 점수를 주지 않았어도 될 상황을 복기하면 안 됩니다. 더 점수가 크게 벌어질 것을 걱정하고 있으면 안 됩니다. 복기는 경기가 마무리된 뒤 진행해야 합니다. 점수가 크게 벌어질 것을 걱정만 해서는 안 됩니다. 어떻게든 현재에 집중해서 벌어진 점수 차이를 메꿔야 합니다. 혹시 멘탈이 바사삭 하는 순간을 지나고 있는 분이 있다면 과거나 미래로 뻗어나가는 생각을 멈추고 현재에 집중하시길 추천드립니다. 

 

 

 

 

역류에는 순류를 지켜야 하는 것을 배웠습니다.

순류에 역류를 일으킬 때 즉각 반응하는 것은 어리석다. 상대가 역류를 일으켰을 때 나의 순류를 유지하는 것은 상대의 처지에서 보면 역류가 된다. 

드라마 미생 

 

 

이미지 출처 : 드라마 미생

 

 

정말 좋아하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미생입니다. 사회생활과 성장을 배울 수 있습니다. 여러 명대사 중 좋아하는 대사를 가져왔습니다. 역류에는 즉각 반응하지 않고 나의 순류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대사입니다. 멘탈이 무너졌던 이유는 상대가 일으킨 역류에 즉각 반응하면서 같이 역류를 일으켰기 때문입니다. 

 

위에 미생 대사 전문은 이렇습니다. “위험한 곳을 과감하게 뛰어드는 것만이 용기가 아니다. 뛰어들고 싶은 유혹이 강렬한 곳을 외면하고 묵묵히 나의 가는 길을 가는 것도 용기다. 순류에 역류를 일으킬 때 즉각 반응하는 것은 어리석다. 상대가 역류를 일으켰을 때 나의 순류를 유지하는 것은 상대의 처지에서 보면 역류가 된다. 그러니 나의 흐름을 흔들림 없이 견지하는 자세야말로 최고의 방어 수단이자 공격 수단이 되는 것이다.” 

 

역류가 일으나는 이유는 무엇일지 생각해 봤습니다. 잘 가고 있는 사람을 흔들기 위함이 아닐까요? 역류는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이안류라고 불리는 파도에 휩쓸리는 것도 역류 때문이죠. 해안가에서 부서지지 않고, 되려 끌어당깁니다. 이안류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파도의 반대 방향으로 헤엄치지 않고 해류가 끝나는 시점까지 기다렸다가 헤엄쳐서 나와야 합니다. ‘즉각’ 반응하지 않는 게 벗어나는 방법인 겁니다. 

 

역류가 발생되면 순류를 지켜야 한다는 것을 몸소 배웠습니다. 차분함을 더 유지하고 원래 하던 일에 집중해야 하는 것을 배웠습니다. 순류를 지키면 상대방이 오히려 자신의 역류에 휩쓸리게 됩니다. 예측과 다른 행동이 나오기 때문이죠. A를 하면 B를 할 것이라고 예측했고, 오랜 경험을 통해 학습해 온 사람에게 C라는 행동을 하면 흔들리는 쪽은 내가 아닌 상대가 됩니다. 물론 이번 여름은 상대가 일으킨 역류에 즉각 반응을 해서 휩쓸렸고 한동안 멘탈이 무너진 상태로 지냈습니다. 그러나 이번 경험으로 앞으로 인생에서 겪게 될 수많은 역류 앞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알게 됐습니다. 3가지를 기억해야 합니다. ‘즉각 반응하지 않기’, ‘더욱 차분함을 유지하기’, ‘나의 원래 태도를 견지하기’입니다. 



 

긴 것을 짧게 나눠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이번 여름에 발생한 일이 가장 힘들었던 이유는 남은 기간이 한참 남았기 때문입니다. 어려운 상황이 조금씩 해결되어도 버터야 하는 시간이 많이 남았었죠. 이때 선택을 했습니다. 남은 기간 전체를 다 버티겠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딱 3개월만 지내자’라고 선택을 했습니다. 굉장히 긴 것을 짧게 잘라낸 겁니다. 원래 1년 단위였던 것을 3개월 단위로 나눠버린 겁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선택하니 훨씬 가벼워졌습니다. ‘1년을 어떻게 버티지’에서 ‘3개월이면 충분히 버틸만하지’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마음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마음이 바뀌니 그렇게 안 가던 시간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작심 3일도 10번 하면 한 달이 됩니다. 알고 보니 제가 이미 작심 3일 10번을 경험했더라고요. 바로 야구선수로 지낼 때입니다. 겨울이 되면 추운 곳을 떠나 따듯한 나라로 전지훈련을 갑니다. 보통 30일에서 길면 40일 정도를 해외에서 전지훈련을 하죠. 

 

굉장히 많은 체력 훈련과 기술 훈련을 하는 기간입니다. 이때 얼마큼 훈련을 제대로 하느냐가 1년 농사의 결과를 결정합니다. 그럼에도 30~40일을 하루도 쉬지 않고 한다면 지쳐 쓰러지고 끝까지 제대로 해내기도 어렵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짧게 나눠야 합니다. 3일 운동하고 1일 쉬고, 또는 4일 운동하고 1일을 쉽니다. 훈련을 받는 입장에서도 3일만 하면 하루 쉰다고 생각하고 더 집중하면 참여하게 됩니다. 주 4일을 실행하게 되면 많은 직장인들이 수요일에 쉬고 싶다고 말합니다. 왜냐면 이틀만 일하면 하루를 쉴 수 있기 때문이죠. 

 

이처럼 저도 길게 보지 않았습니다. ‘1년을 어떻게 버티지’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3개월만 집중하자, 3개월만 버텨내보자’라고 나눠버렸고, 어느샌가 하루, 하루를 다시 살아가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됐습니다. 

 

 

처음부터 5km를 뛴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100m를 뛴다고 생각해야 한다

 

 

 

 

 

링 위에서 얻어터지기 전까지는 실제 자신의 모습을 모릅니다.

링 위에서 얻어터지기 전까지 멘탈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얘기를 했었습니다. 하지만 직접 경험하니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됐습니다. 링 위에 오르니 멘탈을 제대로 지켜내기가 쉽지 않다는 걸 알았습니다. 멘탈이 강하게 타고 나는 사람도 있겠지만, 다양한 경험으로 건강한 멘탈을 만들어가는 사람이 더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몸도 최소 3개월이란 시간이 있어야 변화가 생깁니다. 하물며 눈에 보이지 않는 멘탈 건강을 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조급해하지 않고 일상으로 복귀하는 스스로를 칭찬하며 멘탈을 다시 세워가려 합니다. 

 

이번 여름은 유난히 숨이 턱 막히는 여름이었지만 한 해가 지난 뒤, 그해 여름이라고 부르는 날이 오며 유난히 뜨겁고 찬란했던 여름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멘탈이 탈탈 털리면서 배운 3가지 요약

1. 과거에 사로잡혀 자책을 하거나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는 게 아닌 지금 현재에 집중해야 탈탈 털린 멘탈이 돌아오게 됩니다.

2. 상대 또는 환경이 만들어내는 역류에는 더 침착하게 자신만의 흐름, 곧 순류를 지켜야 멘탈을 붙잡을 수 있습니다.

3. 멘탈이 바사삭하고 나갔을 때는 길게 보지 말고 짧게 나눠야 합니다. 작심 3일 10번 하면 한달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