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움직이지 말라
침착하게 태산같이 무거이 행동하라
충무공 이순신
와. 어떻게 저런 멘탈을 가질 수 있지?
매일 예측할 수 없는 나날입니다. 수많은 눈이 자신만 지켜봅니다. 자기 의견에 늘 반대하며 꼬투리를 잡는 사람이 있습니다. 상대는 압도적인 물량으로 압박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푹 잔 적이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상사는 억울한 일을 뒤집어 씌우고 일도 못하게 합니다.
여러분 위와 같은 상황에 놓였다면 어떨 거 같나요? 저는 단 며칠도 버티기 힘들었을 겁니다. 위 상황은 1592~1598년 무려 7년이란 기간 동안 벌어진 임진왜란 속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상황입니다.
지난주 부모님과 함께 본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을 보며 내내 든 생각이 있습니다. ‘와 어떻게 저런 멘탈을 가질 수 있지?’, ‘어떻게 저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까?’, ‘어떻게 흔들리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었지?’
요즘 계속 멘탈에 대해 생각하고 있어서인지 이순신 장군에게 몰입하며 그의 태도, 마음, 정신력 등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결정했습니다. “이순신 장군에 대해 정리해 보자.”
하루 이틀도 아니고 7년 동안 그것도 억울한 옥살이를 하면서 한 번도 패하지 않고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 몸과 마음에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도 놓치지 않고 기록(난중일기)를 할 수 있었던 이유 등 자료를 찾아보고 정리해 보려 합니다. 그리고 배우려 합니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을 말이죠. 그럼 거두절미하고 시작합니다. 렛스 기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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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을 새롭게 하는 리프레이밍을 합니다
프레임(Frame)이란 사고방식이나 느끼는 방식의 ‘틀’을 의미합니다. ‘틀을 새롭게 함’이란 뜻의 리프레이밍(Reframing)은 틀을 바꿔 사건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말합니다. 저는 이순신 장군이 리프레이밍을 아주 잘하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속 대사를 통해 힌트를 얻었습니다. (스포는 아니니 걱정 마세요)
의와 불의의 싸움이다.
영화 한산에서 이순신 장군 대사
영화 <한산, 용의 출현>에서 박해일 배우(이순신 장군 역)가 한 대사입니다. 굉장히 와닿는 대사였습니다. 일본은 *정명 가도(征明假道)를 요구합니다. 자신들이 하는 일은 조선을 침략하려는 게 아니라고 정의를 합니다. 하지만 이순신 장군은 일본의 침략을 불의로 재정의했고 조선은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한 의로운 싸움을 하는 존재로 만듭니다.
*정명 가도: 조선 선조 때 일본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통신사 편에 보낸 답서의 한 글귀로 명나라를 칠 터이니 길을 빌려 달라는 뜻
얼마 전 쓴 글(몸소 멘탈이 탈탈 털리면서 배운 3가지)에서 미생의 대사를 인용했는데, 리프레이밍이 상대가 일으킨 역류에 순류로 반응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상대는 나를 흔들려고 프레임을 씌웁니다. 프레임은 주로 말로 만들어집니다.
예를 들면 ‘당신은 지금 잘 못하고 있는 거야’, ‘그런 건 초등학생도 할 수 있는 일이야’와 같은 말을 하면서 만들죠. 말은 곧 생각을 지배합니다. 저런 말을 계속 듣다 보면 내가 진짜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사실 리프레이밍을 한다 해서 상황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의와 불의의 싸움’이라고 리프레이밍 한다고 해서 전쟁이 갑자기 멈추지 않습니다. 그러면 뭘 바꿀까요?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가로막는 부정적인 생각을 바꿔줍니다.
리프레이밍은 사실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지만,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가로막는 부정적인 생각을 바꾸도록 도와준다. 이것이 곧 ‘내 힘으로 사는 인생’과 ‘다른 힘에 끌려다니는 인생’의 결정적인 차이다
책 <마음의 법칙>
그러면 리프레이밍은 어떻게 하는 걸까요? 책 <마음의 법칙>에서 3가지로 정리해 줍니다. 첫째 자신의 느낌과 감정을 충분히 의식하는 겁니다. 부정적인 느낌일지라도 허락하고 받아들이라고 합니다. 둘째 자기 자신에게 실망했을 때 ‘아직’이라는 짤막한 단어를 넣으라고 합니다.
‘나는 할 수 없어’에서 ‘나는 아직 할 수 없어’라고 바꾸는 겁니다. 마지막, 납득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지금 이 상황이 나에게 무슨 말을 해주려는 걸까?’, ‘이 상황에 숨어 있는 기회는 무엇일까?’ 자문해 보는 겁니다. 상대와 상황이 나를 이상하게 프레임 씌우고 있다면 리프레이밍 해보세요.
선수의 장단점을 파악하는 플레잉 코치가 됩니다.
한산도 대첩에서 유명한 전술이 나옵니다. ‘학익진’입니다. 영화에서는 ‘바다 위의 성’이라고 표현합니다. 학인진이 나오게 된 배경을 설명하면 스포가 되니 넘어가도록 할게요. 이순신 장군이 학익진이라는 전술을 선택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합니다.
왜냐하면 학익진이 가진 전술의 약점 때문입니다. 이 전술은 적을 포위할 목적이라 대열이 얇아지고, 측면이 뚫릴 확률이 높습니다. 적에게 후방이 노출되어 매우 불리해질 수 있어서 측면에도 예비대를 일일이 배치해야 한다. 그렇다고 측면에만 신경 쓰면 중앙이 얇아져 한곳으로 돌파하면 한 면이 뚫리고 후방이 노출됩니다.
게다가 학익진을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전술 훈련과 병사들의 숙련도 필수적입니다. 더욱 중요한 건 병력도 많아야 하는데, 당시 왜군에 비해 조선 수군은 병력이 적었습니다. 그러나 이 전술로 59척을 격침하고 12척을 나포하고 수많은 왜군이 사망했을 정도로 보기 좋게 성공했습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이순신 장군이 선수의 장단점을 제대로 파악하는 ‘플레잉 코치’였기 때문입니다. 영화에서 학익진 전술을 선택하고 부하 장수들을 배치하기 시작합니다. 영화지만 이순신 장군의 배치를 보며 감탄했습니다. 장수 개개인의 장점과 단점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배치했습니다. 더 나아가 원균에게는 그의 단점을 보완할 장수를 좌우에 배치합니다.
흰 종이에 일필휘지로 장수를 배치하는데 막힘이 없습니다. 그만큼 장수들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게다가 이순신 장군은 뒤로 빠지지 않습니다. 학익진 전술 한가운데서 모든 걸 진두지휘합니다. 감독이자 선수가 됩니다.
상사는 ‘부하의 성공을 지원하기 위해 존재한다’라는 것이다. 부하의 경험치,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 문제의 내용 등에 따라 ‘무엇을 지원할 것인가?’의 여부는 달라지지만, 어디까지나 주역은 부하다.
책 <경영자가 알아야 할 문제 해결의 모든 것 아마존에서 배워라>
이순신 장군은 자신이 돋보이기 위해 학익진을 선택하지 않습니다. 그는 부하 장수들이 전쟁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도록 지원하고 돕습니다. 그들의 경험치, 능력 등을 명확하게 알고 파악해서 적재적소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함께 합니다.
결과 앞에서도 질문을 던집니다.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은 한산도 대첩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만들었습니다. 엄청난 큰 승리를 거뒀기에 대첩이라는 말까지 붙었습니다. 행주 대첩, 진주 대첩과 임진왜란 당시 3대 대첩이라고 불릴 정도입니다. 적선 79척 중 59척을 격침시키고 왜군 9천여 명을 수장시킨 대첩이 바로 한산도 대첩입니다.
한마디로 이야기한다면 히데요시의 조선 침략에 사형선고가 내려진 해전이다
순천대학교 사학과 조원래 교수
사형선고가 내려진 해전임에도 이순신 장군은 멈추지 않습니다. 엄청난 성과를 올렸음에도 고삐를 더욱 쥡니다. 이내 왜군이 군진을 쳐둔 곳까지 나아갑니다. 그리고 그곳을 초토화시킵니다.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더 발전시킬 부분은 없을까?’, ‘정말 이게 최선인 건가?’ 생각합니다. 즉, 손에 쥔 결과물(그게 좋든 나쁘든)을 보고 만족하는 게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겁니다.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서 멈추지 않는 겁니다. 물론 이런 리더를 만나면 힘들 수 있습니다. ‘이 정도면 됐다’가 자주 없을 테니까요. 그럼에도 우리는 만나게 될 겁니다. 이전과 다르게 성장한 나를 말이죠.
결국 이순신 장군이 던진 결과 앞에 질문은 조선 침략에 사형선고를 내리게 되는 완벽한 결과를 가져오게 됐습니다.
리더 쉽지 않습니다.
리더 쉽지 않은 자리이며 역할입니다. 결정을 내려야 하고, 팀원을 케어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합니다. 동시에 팀이 하나 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며 성과를 이끌어내야 합니다. 쉽지 않은 자리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누구나 리더가 됩니다. 조별 과제를 할 때, 부모로서 자녀를 양육할 때, 작은 팀이라도 팀장이 됐을 때 등등 리더가 되는 순간이 반드시 찾아옵니다.
쉽지 않은 자리지만 언제가 마주하게 될 자리라면 미리 준비하고 맞이하는 게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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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이거나, 언젠가 리더가 될 사람들을 위한 글 요약
1. 기존의 환경과 조건을 새롭게 리프레이밍 할 수 있어야 합니다. 틀을 새롭게 하는 겁니다. 그리고 부정의 기운을 긍정의 기운으로 새롭게 하는 겁니다
2. 훌륭한 전략을 짜고 지도하는 감독도 좋지만, 함께 플레이를 하며 전략을 실행하는 플레잉 코치가 돼야 합니다.
3. 결과에 질문을 던질 줄 알아야 합니다. ‘이게 충분한 건가?’, ‘여기서 더 나아질 수 없을까?’ 질문을 던지며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