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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리고, 팔리며, 보게되는 콘텐츠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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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곁에 있어주는 건

장난감들이 할 수 있는

가장 고귀한 일이야

영화 토이스토리 

 

달리기도 멈추게 한 콘텐츠?!

나름 꾸준히 하는 운동은 달리기입니다. 주중은 로컬의 논밭을 보며 달리고, 주말은 정돈된 운동장에서 달립니다. 달리기가 좋은 이유는 대단한 장비가 필요하지 않고, 좋은 시설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운동이기 때문이죠. 

 

운동화, 운동복, 그리고 뛸 수 있는 곳만 있다면 언제든 할 수 있습니다. 생활 체력을 위해 되도록 일주일에 3번 정도 뛰고 있습니다. 아무튼 어느때처러 달릴 때 발생한 일이었습니다.

 

퇴근 후, '뛸까? 말까?' 고민하면서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운동화를 신고 나온 자신을 기특하게 여기는 어느날 이었죠. 준비운동을 마치고 뛰기 시작했습니다. 달리고 걷기를 반복하는 중에 페이스북 영상에서 <*너덜트>의 콘텐츠를 보게 됐습니다. 

 

'군대 선임이 신입 직원으로 들어왔다'였습니다. 뛰어야 하는 타이밍에 3분 정도를 영상에 푹 빠지고 말았습니다. 달리기를 좋아하고 꾸준히 하는 분이라면 알 겁니다. 달리기 리듬을 타기 시작하면 다시 잡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요. 그런데 너덜트 영상은 그 리듬을 깨도 될 만큼 재밌었습니다. 그때 탁! 하고 머릿속에 떠오른 질문이 있었습니다. 

*3인 콘텐츠 제작팀으로서 기획, 촬영, 편집까지 모두 단 3명이서 제작하며, 일상생활에서 흔하게 상상해 봤을 소재를 병맛 콩트 영상으로 재미있게 만든 유튜브 채널

 

끌리는 콘텐츠에는 어떤 특징이 있는 걸까? 

달리기가 좋은 점, 뜬금없는 생각과 질문이 떠오를 때가 있다는 거

좋은 질문(제게 있어서 말이죠)이 사라질까 봐 급히 노션 앱을 열고 메모를 했습니다. '끌리는 콘텐츠의 특징', '내가 자주 보는 콘텐츠는 뭘까?', '귀중한 시간을 소비하면서 사고 있는 콘텐츠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질문을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지금부터 그걸 풀어보려고 합니다. 그럼 시작해 볼게요. 렛스 기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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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멈추게 한 너덜트 콘텐츠 (출처 : 유튜브 채널 원스토어 TV)

 


일상을 이야기하며 공감을 만듭니다

앞서 소개한 유튜브 채널 너덜트 말고도 많은 구독자를 보유한 채널이 있습니다. 개그콘서트 출신 개그맨 김원훈, 조진세, 엄지윤 님 3명이서 만든 <숏박스>입니다. 두 채널 모두 한 영상이 소위 '빵' 터지면서 수많은 구독자를 보유한 대형 채널로 성장하게 됐습니다. (8/20일 기준 너덜트는 134만 명, 숏박스는 216만 명) 근데 '빵'터진 영상이 어떤 영상이길래 이렇게 많은 구독자가 생기게 된 걸까요?

 

너덜트가 주목을 받게 된 콘텐츠는 '당근마켓 남편들'입니다. 아내 대신 아기 장난감을 팔고 사는 아빠가 핵심 캐릭터였습니다. 뭔가 귀찮은 듯한 표정, 어색함이 한가득 담겨 있는 몸짓으로 '저기 혹시 당근..?'이라고 말하는 모습에서 이미 우리는 '어? 저거 어디서 봤던 모습인데' 또는 '아 맞아 당근 할 때 저런 어색함이 있지.'라는 생각을 하며 공감이 되기 시작합니다. 

 

숏박스는 '장기 연애 커플' 콘텐츠로 한눈에 주목을 받았습니다. 무려 11년간 연애를 한 커플입니다. 서로가 정말 편해진 모습을 보여줍니다. 뜨거운 감정이 오고 가는 건 없지만, 무심하게 서로를 챙깁니다. 만난 당일이 11주년인데도 서로 기억조차 못 합니다. 어딘가에 있을 거 같은 장기 연애 커플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일상다반사'라는 말이 있습니다. 일상에서 차나 식사를 하는 것처럼 흔한 일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사람들이 너덜트와 숏박스 채널을 좋아하는 이유는 흔한 일을 얘기하기 때문입니다. 흔한 일은 공감하기 쉽습니다. 어딘가에 있을 법한 일이고 나 또는 다른 사람이 경험했을 법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공감하지 못한다면 이야기 시작조차 어렵습니다. 

 

공감을 하면 스토리 배경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콘텐츠는 스토리텔링이 중요합니다. 스토리에는 배경 설명이 중요하죠. 그러나 배경 설명이 길어지면 사람들은 흥미를 잃기 쉽습니다. 어떤 영화는 훌륭한 배우를 모아두고도 혹평을 받는데요. 배경 설명에 과한 시간을 쏟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공감하기 쉬운 이야기는 배경 설명이 필요 없어집니다. 누구나 다 알고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 나도 경험해 본 이야기 또는 남이 경험한 걸 본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빠른 전개가 가능하고, 사람들의 흥미를 높일 수 있습니다. 

 

끌리는 이야기가 되려면 공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근데 공감하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관찰’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셜록 홈스가 왓슨에게 말하죠. 자네는 관찰하지 않아 (출처 : 영국 드라마 셜록)

 

 

 

자네는 보기만 할 뿐 관찰을 하지 않아. 보는 것과 관찰하는 것은 완전히 달라. 예를 들면, 자네도 현관에서 이 방으로 올라오는 계단을 여러 번 보았겠지?

셜록 홈스 에피소드 <보헤미아 왕국의 스캔들>

셜록 홈스의 말처럼 관찰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관찰을 하는 사람을 보기만 하는 사람과 달리 많은 걸 발견하게 됩니다. 다시 너덜트와 숏박스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저는 당근마켓을 이용한 경험이 있습니다. 나름 긴 연애도 해봤고, 장기 연애를 하는 커플을 알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근마켓 남편들', '장기연애 커플'을 보며 공감할 수 있는 겁니다. 하지만 그들처럼 콘텐츠를 만들지는 못합니다. 왜냐면 관찰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관찰을 해야 당근마켓 현장에서 쭈뼛거리며 아기 장난감 활과 화살을 사는 아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귀찮은 듯한 표정과 아내에게 일일이 확인을 받으며 거래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관찰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심리학 실험으로 유명한 ‘보이지 않는 고릴라’가 있습니다. 흰색 셔츠를 입은 3명과 검은색 셔츠를 입은 3명 등 총 6명이 서로 농구공을 패스합니다. 실험 참가자들에게는 아주 간단한 미션 한 가지를 줍니다. “흰색 셔츠 팀의 패스 횟수만 세 주세요” 

 

이 실험에는 한 가지 특이한 조건이 붙습니다. 1분이 조금 넘는 실험에서 고릴라 옷을 입은 학생이 천천히 등장해 카메라 정면을 보고 고릴라처럼 가슴을 두드리고 퇴장하는 조건이죠. 누구라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근데 실험 참가자의 50%는 고릴라를 발견조차 하지 못합니다. 이를 *부주의맹(또는 시각적 맹목성)이라고 부릅니다. 

*부주의맹 :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사람의 심리 

 

우리는 본다고 말하지만 사실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겁니다. 관심사에만 집중하는 겁니다. 관찰을 잘하려면 다양한 주의 자극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패스 숫자만 세고 있는 게 아니라 돌아다니는 검은 고릴라를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관찰을 잘하려면 첫째 관심사를 확장해야 합니다. 서점에 갔다고 칩시다. 매번 가던 영역에서 벗어나 다른 영역을 가는 겁니다. 소설과 에세이 영역의 책만 봤다면, 사회과학이나 경영과 같은 영역으로 가는 겁니다. 

 

꼭 책을 사지 않아도 됩니다. 책의 제목을 보고 목차만 확인하면서 키워드는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는 겁니다. 퇴근 후 늘 가던 길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로 가보는 겁니다. 이런 행위를 통해 새로운 걸 발견할 수 있습니다. 

 

둘째 세세하게 바라봅니다. 책을 예시로 말해볼게요. 책을 읽기 전에 목차를 살펴봅니다. 목차를 보면서 작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미리 생각해 보는 겁니다. 책의 내용과 달라도 상관없습니다. 큰 그림을 보기 전, 목차를 보며 세세하게 바라보고 분석하며 생각해 보는 겁니다 

 

셋째 기록합니다. 유시민 작가는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 관찰 기록의 예를 보여줍니다. (관찰 기록이라고 하진 않았습니다. 제가 임의로 붙였습니다)

 

자투리 시간 글쓰기의 주제와 내용은 정하기 나름이다. 출근길 버스나 지하철 풍경을 그려도 좋고 단골 카페 인테리어를 묘사해도 괜찮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중

자투리 시간에 글쓰기 근육을 기를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합니다. 그중 하나가 출근길 버스, 지하철 풍경 또는 단골 카페 인테리어를 묘사하는 방법입니다. 묘사를 하려면 관찰이 필수입니다. 묘사의 한자 뜻은 그릴 묘, 베낄 사입니다. 그리고 베끼려면 대충 봐서는 안 됩니다. 상세히 봐야 합니다. 

 

 

 

 

재미를 주는 숏박스(왼) / 인사이트를 주는 지식한입(오) (출처 : 유튜브 채널 숏박스, 지식한입)

 

 


재미를 주던지 인사이트를 주던지.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콘텐츠는 재미 또는 인사이트를 준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저는 ‘배틀 그라운드’라는 게임을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근데 <혜안>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자주 봅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우연히 보게 된 혜안 채널은 전혀 모르는 사람과 랜덤으로 듀오 또는 스쿼드로 팀을 맺고 같이 게임을 하는 겁니다. 근데 혜안 님의 말솜씨가 뛰어나고 어떤 사람과도 케미를 잘 만들면서 다양한 재미요소가 나옵니다. 또 <지식한입>이라는 유튜브 채널도 자주 봅니다. 정치, 나라, 물가, 기상이변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10분 내외로 내용을 정리해서 전달해 줍니다. 예전 팟캐스트 중 하나인 <지대넓얕>의 느낌이 나는 채널입니다. 10분 내외 영상을 보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너덜트, 숏박스, 혜안은 시청자에게 재미를 줍니다. 반면 지식한입은 인사이트를 줍니다. 우리는 재미를 ‘느끼던지’ 아니면 인사이트를 ‘얻던지’ 둘 중 하나를 바랍니다.

 

재미를 느끼게 하려면 앞서 말한 공감과 관찰이 중요합니다. 숏폼 콘텐츠 시대에 초반에 흥미를 불러일으켜야 하는데, 공감과 관찰이 없다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인사이트는 다릅니다. 저는 분석과 쉬운 설명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식한입> 영상 중 “극과 극을 살고 있는 인도의 갑부와 빈곤층들!”이 있습니다. 425만회로(8/23일 기준) 조회 수를 보여주며 많은 사람이 시청한 콘텐츠입니다.

 

인도가 왜 그렇게 심한 빈부격차를 보여주는 기 위해서 카스트제도부터 현재 정치 상황, 영국의 식민 시기, 지정학적 위치, 종교까지 다양한 정보를 다루며 설명합니다. 1시간은 족히 넘어야 할 거 같은 주제를 12분 만에 깔끔하게 설명합니다. 먼저 분석을 잘하려면 다양한 정보를 모아야 합니다. 1~2가지 정도의 정보는 모으는 게 아닙니다. 구글 검색을 한다면, 1페이지 정도에서 멈추는 게 아니라 여러 페이지를 넘기며 많은 정보를 모으는 겁니다. 

 

다음으로는 정보를 선별해야 합니다. 수많은 정보에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주제와 관련이 있는 사실 정보를 골라내야 합니다. 선별하는 힘은 꾸준히 정보를 봐야 생깁니다. 골라내는 눈이 생기는 겁니다

 

모으고 선별했다면 쉽게 설명해야 합니다. 어린아이도 이해할 수 있도록 말이죠. 그러기 위해서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선별한 정보를 연결하도록 공부하는 겁니다. 정보에 대해 조금 더 많이 고민하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래야 연결된 정보를 남에게 쉽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연결에 관련해 스티브 잡스가 한 말이 있습니다. 

 

창조라는 것은 그냥 여러 가지 요소를 하나로 연결하는 것입니다. 창의력은 그들이 경험했던 것을 새로운 것으로 연결할 수 있을 때 생겨나는 것입니다. 그러한 경험은 그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경험을 하고, 그들의 경험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스티브 잡스


끌리고, 팔리고, 보게 만들려면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사람이 스마트폰을 보며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은 분들도 콘텐츠를 소비한 겁니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던져보세요. '나는 지금 왜 이 글을 읽었을까? 무엇 때문에 긴 글을 읽었을까?' 제 글이 끌리고, 팔리며, 보고 싶은 콘텐츠라는 말은 아닙니다.

 

다만, 소비만 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왜 내가 그것을 소비했지 생각하고 관찰하면 소위 먹히는 콘텐츠의 비밀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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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리고, 팔리며 보게 만드는 콘텐츠의 비밀 요약

1. 일상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일수록 배경 설명이 짧아지고 지루함이 사라집니다

2. 공감을 하는 콘텐츠는 관찰을 잘 해야 합니다. 관찰을 잘하려면 관심사를 확장하고, 세세하게 바라보고, 기록해야 합니다

3. 결국 재미를 주던지, 인사이트를 주던지 둘 중 하나입니다. 수많은 콘텐츠 사이에서 내가 소비하는 콘텐츠는 재미를 주나요? 아니면 인사이트를 주나요? 한 번 분석해 보세요.

 

 

  • #너덜트
  • #숏박스
  • #지식한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