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는 하루 24시간이 주어집니다. 그 시간 동안 열 가지 이상의 일을 처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 가지 일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죠. 능력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시간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곤 합니다. 리더는 수많은 일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도 특히 시간 관리를 잘 해야만 하는데요,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잘 하는 것일까요? 늘 시간에 쫓기는 리더들에게 꼭 필요한 시간관리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관리'와 '활용'은 다르다
흔히들 '시간 관리'라 하면 제한된 시간 내에 많은 일을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시간 관리를 잘하는 것일까요? 이건 '관리'를 잘했다기보단 잘 '활용'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비슷한 말 같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죠. 시간 관리는 자신의 ‘선택’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자신에게 떨어진 일을 처리하는 것을 넘어, 무슨 일을 할 것인지 스스로 고르는 게 진짜 시간 관리라는 의미입니다.
어떤 사람은 계획한 것을 다 하는 것을 시간 관리를 잘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 역시 단지 이것만으로는 시간 관리를 잘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곱하기를 배우고 있는 아이가 더하기 빼기 문제를 다 맞혔다고 칭찬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인데요. 달성도가 아니라 어떤 난이도를 고민했느냐가 시간 관리의 또 다른 핵심입니다. 그래서 시간 관리는, 특히 리더에게 필요한 시간 관리는 ‘중요하고 도전적인 과제에 얼마나 시간을 투자하느냐’의 관점에서 봐야 합니다.
리더의 우선순위
시간 관리를 논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도구가 있습니다. 바로 ‘아이젠 하워 매트릭스'입니다. 중요도와 시급도를 기준으로 업무의 속성을 다음의 네 가지로 나눕니다. ①중요하면서도 급한 일, ②급하진 않지만 중요한 일, ③중요하진 않지만 급한 일, ④급하지도 중요하지도 않은 일 (아래 그림 참고)
대부분의 사람에게 위의 네 가지 일의 우선순위를 세워보라고 하면
①중요하면서 급한 일 → ③중요하진 않지만 급한 일 → ②급하진 않지만 중요한 일 → ④급하지도 중요하지도 않은 일의 순서로 얘기할 것입니다. 실무자에게는 이것이 맞는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 성장을 미리 고민해야 하는 리더라면 ②급하진 않지만 중요한 일의 영역에 의도적으로 많은 시간을 써야 합니다.
어떤 일이 이런 일에 해당될까요? 우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봐야 합니다. ‘만약 내가 한 달 동안 자리를 비워야 한다면 미리 해 둬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과 같은 질문입니다. 어떤 것이 필요할까요? 가장 먼저 현재 하고 있는 업무를 대신 수행해 줄 사람을 찾아야겠죠. 그리고 그 사람이 자신과 같은 그림을 그리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후배 직원의 역량을 높이게 되고 권한도 위임될 것입니다.
이런 일은 당장 성과를 내는 데는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조직의 장기적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일입니다. 따라서 리더는 항상 이러한 우선순위 업무를 찾고 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미리 시간을 잡아두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리더에게 필요한 시간 관리의 시작입니다.
리더의 시간은 공공재
하지만 막상 이런 업무에 집중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생각이 깊어질 만하면 울리는 결재 요청 알림, 보고서를 갖고 들어오는 구성원, ‘의견이 필요하다’며 수시로 호출되는 회의 등 다양한 돌발 상황 때문입니다. 이 경우 하던 생각을 멈추고 눈앞의 여러 일을 처리하게 되는데요, 뇌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멀티태스킹은 집중력을 분산시키고 작업 속도를 늦춘다'고 합니다. 겉으로는 문제없어 보이지만 사실 A에서 B로 집중의 대상을 전환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거죠.
그래서 필요한 것이 스위치 태스킹입니다. 여러 일을 동시에 하기보다 스위치를 켜고 끄듯 전환해가며 순차적으로 처리하는 것을 말합니다.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씩 함께 살펴볼까요?
1. 내부 구성원(우리 부서)과 관련된 업무들
먼저 내부 구성원 관리 측면에서 수시로 울리는 결재 알림이나 보고서 검토 요청은 어떡해야 할까요? 핵심은 ‘공개’에 있습니다. 리더의 시간을 구성원들에게 투명하게 알리라는 의미인데요, 두 가지 유형의 업무를 중심으로 공개하면 됩니다. 급하고도 중요한 일과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입니다.
예를 들어 ‘결재는 9시부터 10시, 3시부터 4시에 집중적으로 할 테니 가능하면 해당 시간에 올려 달라’고 요청하는 것입니다. ‘급하고도 중요한 일’을 처리할 시간을 알리면 구성원들을 리더의 시간 계획안에서 움직이도록 할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1시부터 2시까지는 전략 고민을 위한 학습 시간’과 같은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의 시간도 확보해 알리세요. 발등에 불이 떨어질 정도의 급한 일이 아니면 해당 시간에 리더를 번거롭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리더만의 ‘업무 집중 시간’이 확보되는 셈이죠. 여기엔 리더의 시간 관리 효과 외에 ‘현재 조직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업무’가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알릴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구성원이 리더와 조직의 장기적 관심사를 함께 알 수 있게 되는 셈이죠.
굳이 구성원들에게 업무를 다 알려야 하는지 의문인 분들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리더의 시간은 본인만의 것이 아님을 잊지 마세요. 리더의 시간에 구성원의 성과 달성 여부가 결정될 수 있는 만큼, 리더의 시간은 ‘공공재’라는 개념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2. 외부 구성원(타 부서, 타기업 등)과 관련된 업무들
외부 구성원으로부터의 돌발 업무는 어떻게 하면 될까요? 다른 조직 구성원한테까지 여러분의 계획을 알리고 그에 맞춰 주길 바랄 수는 없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선 현황 파악을 해야 합니다. 특정 기간, 예를 들면 1주일 동안 있었던 돌발 업무들을 리스트업 해 보세요. 그리고 해당 업무들을 분류해 봅니다. 리더 본인이 직접 처리해야 하는 일, 다른 사람에게 위임할 수 있는 일, 하지 않아도 될 일 등으로요.
만약 돌발 업무 중 어쩔 수 없이 리더가 직접 처리해야 할 속성의 일이 많다면 이 업무 처리를 위한 시간을 미리 확보해 둬야 합니다. 위임해도 괜찮을 성격의 업무들이라면 담당자를 지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게 생긴 시간 동안 리더는 다른 고민을 하는 게 더 생산적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하지 않아도 될 일'은 세련되게 거절하세요. 서두에도 언급했지만 ‘많은 일을 하는 것’이 시간 관리를 잘 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리더는 자신뿐만 아니라 자기 조직의 성장 관점에서 업무의 중요성을 판단해 교통정리를 해줘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700달러짜리 고물 트럭에서 출발해 연 매출 2억 5000만 달러의 쓰레기 수거업체 ‘1-800-GOT-JUNK’의 CEO 브라이언 스쿠다모어는 매주 월요일을 '생각하는 월요일'로 정해놓고, 남은 일주일을 어떻게 활용할지 설계하는 시간으로 쓴다고 합니다. 이때에는 다른 약속을 잡지 않고 출근도 하지 않는다네요.
반드시 이를 따르자는 얘기는 아닙니다.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기도 하고요) 하지만 중요한 일에 집중하기 위한 시간을 미리 정해 두는 것, 이것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시간을 관리할 것인가요? 아니면 시간에 관리 당할 것인가요? 이에 대한 선택은 리더 자신의 몫입니다.
>>글쓴이: HSG 휴먼솔루션그룹 조직갈등연구소 김한솔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