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x 회사생활

취업전선, 그 반대편에서 보이는 풍경

인사팀 멍팀장

2022.11.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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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주요 기업들의 하반기 공채가 시작되는 달. 취준생이 가 장 바쁜 시기다. 하지만 취준생 외에 바빠지는 사람이 있다. 바로 채용을 맡은 인사팀 직원들. 지원자 못지않게 몸과 마음이 닳아가는 사람들이다.  

 

삼성의 한 계열사에서 채용 업무를 맡았던 시절의 일이다. 일 년에 두 번, 신입 공채시즌이면 나는 출발 총성이 떨어진 경주마가 된 기분이었다. 정해진 시간 안에 모든 자기소개서를 평가하고, 평가 자료를 취합해 인·적성 대상자를 선정해야 했다. 보고서 작성, 관련 자료 백업, 그룹사 인·적성 시험 준비, 최종 품의 통과까지. 소요시간을 고려한다면, 평가자에게 주어진 시간은 대부분 하루를 넘기지 않았다.  

 

“이번 공채에는 총 2,400명이 지원했습니다. 자격 요건에 미달하는 400명 정도를 제외하면 평가 대상자는 2,000명입니다. 평가자 5명은 검토 결과를 오후 4시까지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평가자 회의에서 자소서가 전달되면, 평가자들은 이른 아침부터 서류더미에 파묻혀 굴을 파고 들어간다. 1분  1초도 낭비할 수 없는 시간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자소서 1 부당 1분 12 초안에 평가를 마쳐야 한다. 

 

내게 할당된 자소서는 400부. 제한 시간은 8시간. 단순 계산해도 자소서 한 장에 쓸 수 있는 시간은 72초. 자소서 1 부당 1분 12 초안에 평가를 마쳐야 한다. 

 

지원자로서는 어이가 없을 것이다. 며칠을 고심하며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고, 글자 수 제한에 맞춰 단어를 이리저리 바꿔 가며 완성한 자소서일테다. 그런데 그 소중한 서류가 고작 72초짜리라니? 일종의 배신감마저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 취업 시장이 코로나 19로 얼어붙다 못해 빙하기에 접어든 느낌이지만, 채용 평가자가 없는 시간을 쪼개며 평가에 임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72초 안에 평가자의 관심을 얻기 위해 고민하는 취준생과 72초 동안 한 사람을 평가하기 위해 정신력을 짜내는 평가자가 공존하는 세상. 우리는 이렇게 불합리한 세상을 동시에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이렇게 불합리한 세상을 동시에 살아가고 있다. 

 

취준생의 처지에서 백수라는 현실의 무게에 짓눌리면, 정작 가장 중요한 내 삶에 대한 통찰을 놓치고 방향성을 잃게 되는 경우가 많다. 당장 눈앞의 회사에 들어가는 것에 급급해지는 것이다. 나 또한 비슷한 시행착오를 겪었고, 평가자가 되고 나서야 내가 얼마나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긴 호흡으로 내 삶의 행로를 설계해 나가는 것이 당장의 취업보다 중요하다는 것. 아이러니하게도 이 숙제가 해결되었을 때 오히려 눈앞의 취업이 한결 쉬워진다는 것을 말이다.

 

이 글은 그런 부분을 전달하기 위해 쓰기로 마음먹었다. 취업을 준비하면서 잊기 쉽지만, 사실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을 평가자의 시선으로 짚어주기 위해서. 필자가 쓰는 글이 조금쯤 당신의 시행착오를 줄여주지는 않을까 하는, 그런 작은 기대를 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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