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포츠는 선수 스카우트를 통해 전력을 보강함으로써 '훨씬’ 더 나은 성적을 기대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에선 이런 기대가 깨질 때가 많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스포츠는 개인이 아닌 ‘팀’의 힘이 중요하기 때문이죠. 아무리 우수한 스타플레이어 한 명을 영입해도 그 선수가 팀에 제대로 녹아들지 못한다면 그 팀은 좋은 성적을 내기 힘듭니다.
이는 기업도 마찬가지인데요. 뛰어난 인재가 한 명 있다고 그 팀이 최고의 성과를 내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뛰어난 인재는 없어도 ‘끈끈한’ 조직력이 있는 팀이 더 나은 성과를 낼 때도 있습니다. 이런 조직,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이번 칼럼에서는 시너지를 내는 조직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시작은 상대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마음에 드는 이성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 사람과 잘 되기 위해서 어떻게 하나요? 아마 시작은 다들 비슷할 겁니다. 상대가 뭘 좋아하는지, 요즘 관심사는 뭔지, 무슨 이야기를 좋아하거나 싫어하는지 등 시시콜콜한 것까지 관심을 갖겠죠. 그리고 그것에 자신을 맞추고요. 갑자기 연애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조직 내 인간관계에서도 이런 마음가짐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물론 직원들과 연애하란 의미는 아닙니다) 구성원에 대한 관심을 통해 이들의 업무적 특성을 파악하라는 의미입니다.
직장에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이유, <1박 2일>, <삼시 세끼>, <신서유기> 등으로 연예인보다 더 유명한 나영석 PD의 인터뷰에서 힌트를 찾아볼까요?
“저 친구는 어떤 성향인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편견이 심한지 그렇지 않은지, 판단은 믿을 만한지’ 등등,
스태프들의 캐릭터를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우리 팀에 굉장히 트렌디하고 20대를 대변하는 코드를 확실히 가진 작가가 있다.
회의 중에 20대에 관련된 아이디어가 나오면 난 그의 표정을 살핀다.
'지루해하나? 아님 반짝반짝 관심을 나타내나?’
그의 진짜 속마음을 휙휙 지나가는 반응이나 표정에서 읽는다.
그리고 그것을 판단의 근거로 삼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평소에 스태프들의 캐릭터를 파악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그것은 바로 성과와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리더는 구성원들이 서로 어떤 부분에 강점이 있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요즘 무엇 때문에 힘들어하는지 등 '사적 대화'를 할 수 있도록 소통의 장을 마련해 주어야 합니다. 정기적인 티타임 자리를 마련한다든지, 서로의 취향을 공유하거나, 주간 회고를 통해 일주일간의 감정을 나누는 등 다양한 방식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리더의 의지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구성원들의 마음가짐도 무척 중요한데요. '나는 동료들과 별로 친하게 지내고 싶지 않은데...'라는 생각을 하는 분도 분명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나 하나 잘나서 조직을 성공시키긴 어렵다. 그리고 조직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나의 성공 역시 멀어진다' 어떠세요? 동료들과 친해져야 하는 이유가 결국은 '나의 성공'과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나를 성공으로 이끌어 줄 동료들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지지 않나요?
함께 지켜야 할 원칙 만들기
A 과장은 완벽주의자입니다. 그가 제출하는 보고서의 수준은 상당하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매번 하루 이틀, 마감일을 넘기곤 합니다.
반면 B 과장은 새로운 것이 있다면 일단 부딪혀보는 타입입니다. 그래서 상상하지 못했던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낼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즉흥적으로 진행하다 보니 완결성이 떨어질 때가 많습니다.
자, 여러분은 두 사람 중 누가 더 좋은 구성원이라고 생각하나요?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있듯, 많은 경우 ‘나와 비슷한 성향’의 사람에게 정이 가게 마련이죠. 하지만 조직에서는 이런 것이 판단의 기준이 되어선 안됩니다. 이때 필요한 게 바로 ‘워크웨이’입니다. 쉽게 말해 조직원들이 예외 없이 지켜야 하는 원칙과 기준을 말합니다. 우리 팀이 처한 상황, 조직에서 기대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약속을 정하는 것입니다.
만약 우리 팀이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야 하는 부서라면 '회의에서 나온 아이디어는 실패하더라도 반드시 시도해 본다', 숫자를 다루는 부서라면 '중요한 보고서를 작성할 때에는 음악을 듣거나 잡담하지 않는다'라는 약속을 만들 수 있겠죠. 워크웨이가 정해진다면 이에 따라 구성원을 평가해야 합니다. 이것은 리더의 특성보다도, 구성원 누군가의 개성보다도 앞서야 합니다. 이런 원칙 없이 각자 편한 방식으로만 일을 한다면 시너지는커녕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가는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사전에 이를 구성원들과 충분히 공유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회식에 몇 번 빠진 구성원에게 1년 내내 말 한마디 없다가 ‘우리 팀은 화합이 제일 중요한데, 00님은 회식에 자주 빠졌다'며 나쁜 평가를 줘서는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사전에 공유된 기준으로 서로의 업무 태도, 일하는 방식에 대해 피드백을 자연스럽게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팀원들이 오해 없이 업무에 집중해 시너지를 내는 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워크웨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궁금하다면👉🏻 여기를 클릭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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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팀에 소속되어 있다고 자연스럽게 팀워크를 발휘하고 시너지를 내는 것은 아닙니다. 리더와 구성원 모두의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동의할 수 없다고요? 그렇다면 혼자 일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끈끈한 팀워크를 바탕으로 좋은 성과를 내고 싶다면, 또 그 성과의 수혜자가 되고 싶다면! 지금부터 내 동료들의 업무적 특성은 뭔지, 그리고 우리가 일할 때 함께 지켜야 할 원칙은 없을지 함께 고민해 보면 어떨까요?
>> 글쓴이: HSG 휴먼솔루션그룹 조직갈등연구소 김한솔 소장